외계행성: 떠돌이별 태양계 행성의 정의
외계행성을 듯하는 영단어 exoplanet은 '바깥'을 뜻하는 접두사 exo-와 '행성'을 뜻하는 planet이 결합된 단어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extrasolar planet, 즉 태양계 외부 행성이라고 쓰기도 하지만, 간결하게 exoplanet을 쓰는 경우가 많다. 외행성으로 오역되기도 하지만 외행성은 전혀 다른 뜻이 된다. 'outplanet'과 'superior planet'을 한국어로 외행성이라고 번역하며 'out planet'은 지구 궤도 바깥의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을 지칭하고 'superior planet'은 소행성대 바깥의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을 지칭한다.
태왕계 바깥의 다른 별을 공전하는 행성, 즉 외계행성의 발견은 20세기 천문학의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였다. 우리의 세계가 유일한 세계인가, 우리의 세계는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와 같은 질문은 수천 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 그동안 그 대답은 언제나 종교와 철학의 역할이었지만, 외계행성의 발견으로 우리는 이제 이 질문들에 대해 과학으로 대답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발견한 외계행성의 모습이 우리의 상상과는 너무나도 다르다는 사실에 천문학자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수천 년 동안 상상 속에 있던 존재가 어마어마하게 많이, 어쩌면 별보다도 더 많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떠돌이별
밤하늘에서 유독 밝게 빛나는 다섯 개의 별은 수천 년 전부터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다른 모든 별들은 항상 정해진 시기에 정해진 위치에 나타났기 때문에 지구를 둘러싼 천구라는 거대한 공의 안쪽 면에 고정된 붙박이 별이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다섯 개의 밝은 별은 움직임이 전혀 달랐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들에게 행성이라는 특별한 이름을 붙여줬다. 행성은 이동하는 별, 혹성은 방황하는 별, planet은 떠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천동설이 지배할 때는 태양과 달도 넓은 의미의 행성에 포함되었다. 태양과 달 역시 붙박이 별과는 달리 항상 위치가 달라지는 천체이기 때문이었다.
태양계
태양계에서 태양과 달을 제외하고 행성의 이름을 가장 먼저 부여받은 것은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까지 다섯 천체이다. 이 다섯 천체는 맨눈으로 확인이 가능했기 때문에 발견자를 알 수 없을 만큼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천동설이 지고 지동설이 떠오르면서 지구 역시 태양을 공전하는 행성의 하나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후 1781년 윌리엄 허셜이 천왕성을 1846년 요한 갈레가 해왕성을, 1930년 클라이드 톰보가 명왕성을 발견하면서 태양계의 행성은 9개로 늘어났다. 20세기까지 행성에 대한 암묵적 정의는 자체 중력으로 구형에 가까운 모양으로 가지고 있고 태양을 공전하고 있으며 자신의 궤도를 독점하고 있는 천체였다. 자체 중력으로 구형 모양을 가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이상 크고 무거워야 했기 때문에 질량이 부족해 구형이 되지 못한 소행성이나 혜성, 불규칙한 모양의 위성은 행성에 포함되지 않는다. 반면 목성이나 토성의 위성 중에는 질량이 크고 구형인 천체가 있었지만 태양이 아닌 다른 행성을 공전하고 있기 때문에 행성이라고 할 수 없다.
주목할 만한 천체로는 소행성 세레스가 있다. 세레스는 1801년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주세페 피아치가 발견한 최초의 소행성이었다. 당시 화성과 목성 사이에 이상하리만치 넓고 빈 공간이 있다는 것이 알려졌고 행성의 배열을 연구한 천문학자들은 그곳에 행성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오랫동안 발견되지 않았다.
세레스는 바로 그곳에서 발견되었기에 행성으로 분류되어 '잃어버린 행성'이라는 별명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비슷한 궤도를 가진 작고 어두운 천체들이 다수 발견되기 시작하면서 세레스는 다른 작은 천체들과 함께 소행성이라는 새로운 종류로 분류되었다. 세레스는 그런 소행성 중에서도 조금 특별했다.
소행성대에 존재하는 모든 천체의 질량 중 3분의 1을 세레스가 차지하고 크기도 가장 거대했다. 무엇보다 스스로의 중력으로 구형 모양을 유지했고, 행성이 아닌 태양을 공전했다. 하지만 가장 큰 소행성이라고는 해도 달보다는 작았고, 궤도를 독점하지 못해 다른 많은 소행성들과 함께 공전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행성으로 다시 분류되지는 못했다. 20세기 후반까지 행성의 정의가 공식적으로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오랜 역사를 거쳐 만들어진 직관적이고 암묵적인 기준을 따라 태양계의 행성은 9개로 결정되는 듯했다. 하지만 20세기말이 되자 상황은 달라졌다. 1990년대에 들어 명왕성만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명왕성과 비슷한 크기의 천체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명왕성보다 작았지만 그렇게 큰 차이는 없었기 때문에 이들을 '해왕성 바깥 천체'로 분류하고 여기에 명왕성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세레스가 겪은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이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2003년에 발견된 에리스였다. 에리스는 명왕성보다 더 먼 곳에 있지만 크기는 명왕성과 거의 같았다. 크기 추정 방법에 따라서는 명왕성보다 커지기도 했다. 따라서 명왕성이 행성이라면 에리스 역시 행성으로 분류해야만 했다. 에리스가 행성이 아니라면 명왕성도 행성이 될 이유가 없었다.
행성의 정의
① 태양계의 행성이란 <태양의 주변을 공전하며 <스스로의 중력이 고체로서 형태를 유지하려는 힘보다 강해 구형에 가까운 모양을 유지할 수 있고> <궤도 가까이에 있는 다른 천체를 제거할 수 있는> 천체이다.
② 태양계의 왜행성이란 <태양의 주변을 공전하며> <스스로의 중력이 고체로서 형태를 유지하려는 힘보다 강해 구형에 가까운 모양을 유지할 수 있지만> <궤도 가까이에 있는 다른 천체를 제거할 수는 없는> <위성이 아닌> 천체이다.
③ <태양을 공전하고 있고> <위성도 아니지만><위의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모든 천체>는 태양계소천체로 분류한다.
명왕성은 궤도 근처에서 여러 개의 작은 천체들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두 번째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으며 이 정의에 따라 태양계 행성은 명왕성이 제외된 8개가 되었다. 명왕성은 행성의 이름을 잃고 왜행성이 되었고 그중에서도 해왕성 바깥 천체의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명왕성과 비슷한 이유로 행성이 되지 못했던 세레스 역시 왜행성으로 다시 분류되었다. 현재 태양계의 행성은 8개로 알려져 있지만, 태양계에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다양한 천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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