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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

고대 천문학: 고대 천문학자들의 우주론 I

by 공부하는 L 2024. 1. 26.

고대천문학자들

 

고대 천문학: 고대 천문학자들의 우주론 I

인류는 오래전부터 다른 세계를 상상해 왔습니다. 지역과 문화에 따라 신들의 세계 또는 영혼의 세계를 상상하기도 했지만, 기원전 4세기 키오스의 메트로도루스나 기원전 5세기 아낙사고라스, 데모크리토스처럼 당시 나름의 논리와 과학적 시선으로 지구 바깥세상의 존재를 추론하는 철학자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후대 철학자들은 정반대의 생각을 했습니다. 지구는 유일무이하다는 믿음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프톨레마이오스를 거쳐 성장했고,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천동설로 발전해 16세기까지 유럽을 지배했습니다. 

15세기부터 16세기까지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 요하네스 케플러, 갈릴레오 갈릴레이 등과 같은 근대천문학의 선구자들에 의해 지동설이 태동했고 지동설은 많은 마찰을 거치며 고전적인 우주관을 깨트리기 시작했습니다. 16세기 이탈리아의 철학자 조르다노 브루노는 지동설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사람 중 하나였지만 그의 믿음은 지동설보다 더욱 파격적이었습니다. 당시 지동설에서 지구는 우주의 중심에서는 밀려났지만 대신 태양이 우주의 중심이었습니다. 그리고 하늘의 모든 별은 여전히 천구라는, 하늘의 천장에 고정된 장식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브루노는 하늘의 천장은 존재하지 않으며 우주라는 무한한 공간에 무한한 수의 벼리 존재하고 태양은 그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태양이 수많은 별 중의 하나인 것처럼, 다른 별들 역시 태양과 다르지 않을 것이므로 지구와 같은 행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도 주장했습니다. 혁신적인 우주관 외에도 브루노는 종교적으로 극단적이고 파격적인 주장을 쏟아냈기 때문에 결국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 받고 화형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기주장 대부분을 포기하지 않았고, 도리어 그를 처형하려는 사람들에게 '나보다 너희들이 더 두려워하고 있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이에 비하면 갈릴레오의 지동설은 얌전해 보일 정도였습니다. 1975년, 영국의 천문학자 토마스 라이트는 그의 저서 '우주에 대한 독자적인 이론 또는 새로운 가설'에서 태양계는 결코 특별한 존재가 아니며 다른 별에도 태양계와 비슷한 행성계가 있을 것이라고 추론했습니다. 브루노가 이단으로 몰리며 불타오르고 2세기가 지나고 나서야 다시 태양계 바깥은 세상을 의식하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라이트의 이 새로운 가설이 검증되기 위해서는 다시 2세기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고대 초기 천문학자들의 우주론 

탈레스 

탈레스(thales, BC. 624~546) 탈레스는 소크라테스 이전 그리스 철학자이자 밀레토스 출신으로 종종 역사상 서양의 최초 철학자로 간주됩니다. 그는 최초의 유물론학파로 일컬어지는 밀레토스학파의 시조이며 그리스의 일곱 현자 중 한사람입니다.기하학과 천문학에 능했다고 전해지며 일식을 예언하기도 했습니다.

탈레스는 수학과 천문학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 지대한 공헌을 했지만 그의 우주론적 사상은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그는 자연에 존재하는 물질의 근원을 물이라고 간주하면서 물이 스스로 여러 변화 과정을 거침으로써 다양한 만물들이 형성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특히 초 자연적이거나 신화적인 것에 의존하지 않고, 오로지 자연철학적 인식으로만 현상들을 해석하려 했습니다. 당연히 천상계 역시 그런 사유 방식으로 이해하려 했는데, 이러한 시도는 그 이전의 학자들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습니다. 탈레스가 물을 기본 물질로 선택한 것은 오늘날 우리에게 단순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는 신과 초자연적 힘에 의존하는 신화적 설명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신 탈레스는 세계의 기원에 대해 자연주의적이고 유물론적인 설명을 추구했으며 탈레스의 우주론은 우주의 본질과 우주를 지배하는 기본 원리를 이해하려는 더 넓은 철학적 전통의 일부였다는 점을 주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탈레스의 영향력은 그의 특정한 우주론적 사상을 넘어 우주의 본질에 대한 보다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탐구를 위한 토대를 마련함으로써 확장되었습니다. 현상에 대한 자연스러운 설명을 추구하고 기본 원리를 식별하는 데 중점을 두어 그리스 철학과 과학적 접근 방식의 발전에 기여했습니다.

 

아낙시만드로스

아낙시만드로스(Anaximandros, BC. 610~546) 고대 그리스에 살았던 철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아낙시만드로스는 밀레토스의 탈레스의 제자이자 밀레토스 학파의 일원이었습니다. 아낙시만드로스의 우주론적 아이디어는 탈레스의 우주론적 아이디어를 확장하여 기본 원리 또는 "아르케(archê)"로서 더 복잡하고 추상적인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그는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것이 유래하는 주요 물질이 종종  "무한"으로  규정되는 "아페이론(apeiron)"을 제안했습니다. 물을 아르케로 식별한 탈레스와는 달리, 아낙시만드로스의 아페이론 개념은 더 넓은 범위의 물질과 변형을 포괄할 수 있는 더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원리였습니다. 또한 아낙시만드로스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외에 또 다른 세상들이 존재한다고 주장한 최초의 천문학자 였는데, 그 수가 정해지지 않은 세상들이 오랜 시간을 거치는 동안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고 여겼으며 또 지구의 모양은 평평한 형태가 아니며, 지구의 위치는 우주의 정확한 중심에 있지 않을 것이라는 가설을 내놓았습니다. 그런 가설 수립은 후대 천문학자들이 지구중심설을 탈피할 수 있는 기원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아낙시메네스 

아낙시메네스( Anaximmenes, BC. 589~525) 아낙시메네스는 밀레토스 학파의 또 다른 고대 그리스 철학자였으며 그는 모든 사물의 근원이 물이라고 주장했던 탈레스와는 달리 공기를 모든 것이 파생되는 기본 물질 또는 아르케로 제안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아낙시메네스는 공기가 모든 사물의 기초가 되는 기본 물질이라고 가정했습니다. 그는 공기의 밀도의 변화는 다양한 원소를 생성할 수 있으며 공기가 가열되거나 밀도가 희박해지면 불이나 천제가 되고, 공기가 냉각 되고 밀도가 커지면 응축되면 바람, 물, 흙으로 변화된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이 개념은 우주에서 물질의 생성과 변형을 위한 역동적이고 지속적인 과정을 제공했습니다.

 아낙시메네스는 자신의 이론을 적용하여 자연 현상과 천체를 설명했는데 태양과 별이 희박한 공기로 형성된 불 덩어리라고 설명했으며 그에 따르면 달은 태양빛에 의해 빛나고 그 위상은 다양한 정도의 희박화로 인해 발생합니다. 그는 더 나아가 인간의 혼 마저도 공기와 관련된 호흡이라는 관점으로 이해하려 했습니다. 아낙시메네스의 혼의 개념은 나중에 플라톤의 우주혼 개념으로 맥락을 이어나가게 됩니다. 우주혼 개념은 16세기말 케플러가 행성들의 비규칙성 운동을 분석하는 과정에 다시 도입되면서 상당히 긴 역사를 자랑하게 됩니다. 

 

피타고라스 

피타고라스( Pythahoras, BC. 570~500)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피타고라스는 수학, 특히 피타고라스의 정리에 대한 공헌으로 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그는 지구가 둥글다고 생각한 최초의 천문학자이기도 합니다.  피타고라스 우주론의 주요 측면 중 하나는 행성들의 운동은 "음악적 조화"에 부합하는 고유한 음률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피타고라스학파에 따르면 행성이나 별 같은 천체는 우주를 이동할 때 조화로운 소리를 낸다고 합니다. 이 아이디어는 악기의 현 길이 비율을 관찰하여 눌렀을 때 조화로운 음색을 내는 것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피타고라스학파는 천체의 움직임이 일종의 천상의 음악이나 조화를 만들어낸다고 믿었습니다. 이 개념은 "티마이오스(Timaeus)"와 같은 작품에서 자신의 우주론적 사상에 피타고라스의 개념을 통합한 플라톤과 같은 후기 철학자와 수학자에게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피타고라스학파는 또한 천체와 특정 수치 비율을 연관시켰습니다. 예를 들어 그들은 숫자 1, 2, 3, 4, 10을 기본 원소와 연결하고 이러한 비율이 우주의 구조에서 역할을 한다고 믿었습니다. 이러한 아이디어 중 다수는 추측에 불과하며 경험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들은 본질적으로 더 철학적이며 수학과 음악, 자연계 사이의 관계에 대한 고대 그리스의 관심을 반영합니다.

 

플라톤  

 

플라톤( Platon, BC. 427~347)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플라톤은 주로 그의 작품 '티마이오스'에서 자신의 우주론적 사상을 제시했는데, 여기서 그는 물리적 세계의 본질, 우주의 창조, 신성한 장인 또는 데미우르고스의 역할을 탐구합니다. '티마이오스'에 나오는 플라톤의 우주론은 철학적 사변과 신화적 서술이 결합된 것입니다. 

플라톤 우주론의 몇 가지 주요 측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데미우르고스와 우주의 창조

플라톤은 물리적 세계를 형성하는 일을 담당하는 신성한 장인 또는 지성적인 창조자인 신 데미우르고스의 개념을 소개합니다. 데미우르고스는 영원한 형상이나 이념의 영역과 물질세계 사이의 중개자 역할을 합니다.

플라톤에 따르면 데미우르고스는 우주를 만드는 과정에서 조화롭지 못하고 무질서한 우주의 혼돈에 질서를 부여했다고 하며 플라톤은 우주를 혼과 지성을 함께 지닌 생명체로 간주했습니다. 

 

2. 요소 및 형상

플라톤은 흙, 물, 공기, 불이라는 네 가지 고전적 요소를 플라톤의 입체로 알려진 특정 기하학적 모양과 연관시켰습니다.  흙은 정육면체, 물은 정이십면체, 공기는 ​​팔면체, 불은 사면체에 해당되며 우주는 이러한 요소들이 다양한 비율과 배열로 결합되어 구성된다고 생각했습니다. 

 

3. 음악이론

피타고라스의 개념을 바탕으로 플라톤은 "음악적 조화"라는 개념을 자신의 우주론에 통합했습니다. 그는 천체의 움직임이 조화로운 소리를 만들어 우주 교향곡을 만들어낸다고 제안합니다. 이 개념은 플라톤의 사상에 대한 피타고라스의 영향을 반영합니다.

 

플라톤의 우주론은 과학적 모델이 아닌 철학적, 사변적 틀로 접근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티마이오스'는 플라톤의 형이상학적, 인식론적 견해를 반영하고 그의 철학을 바탕으로 자연 세계에 대한 일관되고 질서 있는 설명을 제공하였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 

 

고대 그리스 철학자이자 플라톤의 학생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승의 생각과는 크게 다른 포괄적인 우주론을 발전시켰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주론은 정신적 측면이 강한 플라톤학파의 실재적인 것들이 물질계 너머 존재하는 추상적 대상이라는 근본 사상을 냉철하게 비판하였으며 아리스토텔레스의 세계관은 현상들이 모두 실재적이고 현실적인 것들로 간주되었습니다.  그는 추상적인 것들 안에서 헤매고 있는 모든 해석들은 단지 무의미할 뿐이라며 플라톤의 주장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였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주의 영원성과 불변성을 주장했는데그는 우주에는 시작도 끝도 없으며 항상 안정된 상태로 존재해 왔다고 믿었습니다. 또 그는 목적론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모든 자연 과정에는 목적이 있으며 천체가 완벽한 원형 궤도를 따라 움직인다고 주장했는데, 그 이유는 이 운동이 자연스럽고 가장 완벽한 상태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주론은 수세기 동안 서양 사상을 지배했으며 중세와 르네상스 사상가들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러나 코페르니쿠스가 제안한 태양 중심 모델의 출현과 이후 천문학의 발전으로 인해 아리스토텔레스의 지구 중심 우주론은 점차 우주에 대한 보다 정확한 설명으로 바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