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천문학

별과 행성 이야기: 외계행성의 이름

by 공부하는 L 2024. 1. 28.

 

 

별과 행성 이야기 : 외계행성의 이름 

별은 중심부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으로 에너지를 만들어 모양을 유지하고 빛을 낸다. 이렇게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며 빛을 내는 천체를 항성이라고 한다. 우리가 보통 별이라고 하면 항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별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태양은 그중에서도 주계열성에 속한다. 

주계열성은 별이 가장 안정적인 시기를 보내는 상태로 사람의 삶과 비교하면 청년에서 중년 정도의 시절이라 할 수 있겠다. 주계열성은 온도에 따라 다시 종류가 나뉜다. 가장 뜨거운 별부터 시작해 O, B, A, F, G, K, M형이 있고 태양은 G형 별에 해당한다. 이 중에서 M형 별은 질량이 작고 온도가 낮아 붉게 빛나기 때문에 적색왜성이라고도 불린다. 적색왜성은 외계행성 천문학에 있어 중요한 존재이기도 하다. 주계열성 시절이 끝난 뒤에 오는 별의 노년기는 별의 질량에 따라 달라지며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다 백색왜성이 되거나 초신성 폭발을 일으켜 중성자별 또는 블랙홀이 되기도 한다. 별의 진화와 죽음은 굉장히 흥미로운 분야이다. 

별 내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물리적 반응에 대해서는 천문학자와 물리학자들의 오랜 연구를 바탕으로 많은 부분이 설명되었고 이론 모델이 구축되었으며 관측으로 확인된 부분도 많다. 별의 운명은 처음 태어났을 때의 질량에 따라 거의 대부분이 결정되는데, 질량이 작은 별들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이해가 부족했다. 특히 별의 질량이 어디까지 가벼워질 수 있느냐는 천문학자들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였다. 

미국의 이론천문학자 쉬브 쿠머는 1962년과 1963년에 발표한 두 편의 논문에서 0.05 태양질량 이하의 천체는 너무 가벼워 중심에서 핵융합을 일으킬 수 없기 때문에 별이 되지 못하며, 별이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0.07 태양질량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963년 일본의 이론천문학자 하야시 추시로와 나카노 타케노리 역시 천체의 질량이 0.08 태양질량보다 낮을 경우엔 핵융합을 일으키지 못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행성은 아니지만 별이 되지 못한 천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핵융합이 없으면 스스로 빛날 수도 없기 때문에 쿠머는 이 천체를 흑색왜성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흑색왜성은 또 다른 이론상의 존재인 완전히 식어버린 백색왜성을 부르는 이름이기도 했으므로 다른 이름이 필요했다. 외계지적생명탐사 프로젝트의 책임자로 유명한 질 타터는 1975년에 발표한 박사학위 논문에서 이 천체를 갈색왜성이라고 불렀고 이후 지금까지도 이 이름이 사용되고 있다. 여기서 갈색왜성이라는 이름은 이 천체가 갈색이라서가 아니라 어둡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선택된 것이다. 실제 갈색왜성의 색은 어두운 붉은색에 가까울 것으로 추정된다.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많이 존재하는 물질 중 하나이기 때문에 별의 구성물질 역시 대부분 수소로 이루어져 있다. 별의 중심에서 일어나는 핵융합도 수소를 이용한 핵융합이다. 수소에는 경수소와 중수소가 있는데 경수소는 양성자 하나와 전자 하나로 이루어진 일반적인 수소로 우주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수소가 경수소이다. 별에서 일어나는 수소 핵융합은 모두 경수소를 이용한 것이다. 반면 중수소는 경수소에 중성자 하나가 추가된 것으로 매우 드물게 존재한다. 중수소는 경수소와는 달리 천체의 질량이 0.01 태양질량만 되어도 핵융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갈색왜성에서도 핵융합이 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다만 중수소의 양이 매우 적기 때문에 중수소 핵융합은 거의 시작과 동시에 끝나버린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의 에너지는 갈색왜성이 잠시나마 스스로 빛날 만큼 뜨겁게 데워놓을 수 있다. 물론 볕만큼 뜨겁지는 않기 때문에 빛의 대부분은 적외선으로 방출되고 사람이 볼 수 있는 가시광선으로는 여전히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둡다. 

갈색왜성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 보자면 갈색왜성은 경수소 핵융합을 일으켜 스스로 오랫동안 빛날 만큼의 질량을 가지지 못한 천체이다. 즉 별이 되지 못한 천체이다. 다만 태어난 직후 잠시 동안 중수소 핵융합을 일으킬 수 있는 질량은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갈색왜성보다 더 가벼운 천체는 무엇일까? 어떤 종류의 핵융합도 일으키지 못해 스스로 빛나지 않은 천체. 바로 행성이다. 갈색왜성은 별과 행성 사이의 빈 공간을 채워주는 미싱링크였다. 

지금부터 행성을 알아보자. 태양질량은 행성을 다루기에는 단위가 너무 크다. 목성질량으로 단위를 바꾸어 0.01 태양질량이면 13 목성질량 정도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 경계가 사실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13 목성질량 이하에서도 짧은 순간 중수소 핵융합이 일어날 수 있다. 13 목성질량이라는 경계는 사실 중수소 핵융합이 조금이라도 일어나기 시작하는 질량과 본격적으로 일어나는 질량 사이의 중간값이다. 그리고 나아가 10억 년 이하인 어린 천체는 질량과 무관하게 적외선에서 밝게 빛난다. 천체 자체가 중력으로 수축하면서 만들어낸 열 에너지가 있기 때문이다. 행성 역시 만들어진 직후에는 1,000도 이상의 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적외선에서 밝게 빛날 것으로 예상된다. 질량이 12 목성질량인 어린 천체의 빛 대부분은 중력수축에 의한 것이지만, 그중 일부는 미약한 중수소 핵융합에 의한 것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천체는 갈색왜성일까, 행성일까? 중수소 핵융합이 얼마나 일어나야 갈색왜성일까? 얼마나 미약해야 행성일까? 어디서부터 행성 또는 갈색왜성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서는 천문학자들 사이에서도 아직 통일된 견해가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만들어진 방법이나 발견된 위치를 기준으로 나누기도 하지만, 엄밀한 것은 아니다. 반면 갈색왜성과 별의 경계, 즉 경수소 핵융합이 일어나는 질량은 아주 정확하게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런 논란이 없다. 10 목성질량 이하로 내려가면 의심의 여지가 없는 행성이라고 할 수 있다. 갈색왜성의 존재가 불분명하던 시기에 쓰인 책에서는 간혹 목성이 지금보다 조금만 더 무거웠더라면 제2의 태양이 되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등장하고는 한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것은 명백히 잘못된 이야기다. 목성이 지금보다 질량이 몇 배 커진다고 한대도 목성은 여전히 행성이다. 13배가 커진다고 해도 겨우 갈색왜성이 될 수 있는 정도이며, 갈색왜성은 엄밀히 말해 태양과 같은 별이 아니다. 제2의 태양이라는 이름을 가지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적어도 80배는 더 무거워야 한다. 결코 조금만 더 무거운 수준이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목성이 지금보다 더 무겁거나 또는 갈색왜성이었다면 태양계의 모습은 지금과는 전혀 달랐을 것이다. 목성은 아쉽게 태양이 되지 못한 게 아니라 태양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외계행성의 이름 

외계행성을 발견하면 공전하고 있는 별의 이름 뒤에 소문자로 b를 붙인다. 예를 들어 페가수스자리 51번 별에서 행성이 발견되면 그 행성의 이름은 페가수스자리 51번 별 b 또는 51 Peg b가 된다. 같은 곳에서 새로운 행성이 발견되면 알파벳 순서대로 c, d, e가 붙는다. 반면 발견된 것이 갈색왜성이라면 51 Peg B처럼 소문자 대신 대문자가 붙는다. 그래서 발견 당시에는 행성이라고 여겨졌지만 이후 갈색왜성으로 판정되면서 소문자가 대문자로 바뀌는 경우도 간혹 발생한다. 이명명법은 행성이나 갈색왜성이 별을 공전하고 있는 경우에만 사용된다. 별을 공전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존재할 때는 고유의 이름이 붙기도 하고, 별을 공전하고 있더라도 발견 수단이나 프로젝트의 이름에 숫자가 매겨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부의 경우는 별 이름 뒤에 알파벳을 붙여나가는 방법을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