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자리이야기: 동양 별자리의 역사 우주의 길라잡이
별자리란 무엇인가
천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별자리는 한자로 성좌라고 하며 한마디로 하늘의 번지수라 합니다. 하늘의 번지수, 즉 별자리 수는 남북반구를 통틀어 88번까지 있습니다. 이 88개 별자리로 하늘은 빈틈없이 경계가 지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별자리가 그려진 성도는 별하늘의 지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로부터 별자리는 여행자와 항해자의 길잡이였고, 야외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밤하늘의 거대한 시계였습니다. 지금도 이 별자리로 인공위성이나 혜성을 추적합니다. 그럼 별자리는 누가 최초로 만들었을까? 옛날 사람들 중 틀림없이 밤잠을 잘 안 잤던 사람들이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주인공은 바로 밤에 잠을 자지 않고 보초서던 목동들입니다. 별자리의 원조는 바로 중근동 아시아에서 양을 치던 사람들입니다. 저 근동의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 유역에서 양 떼를 기르던 유목민 칼데아인이 그 주인공입니다.
5천 년 전, 양 떼를 지키기 위해 드넓은 벌판 한가운데서 밤새 보초 서던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일과 눈에 들어오는 것이라곤 밤하늘의 별들뿐이었습니다. 그러니 별과 눈 맞추고 놀 수밖에 없는 그들에겐 별들이 장난감이었고 별밭이 요즘시대엔 게임기였던 셈이 됩니다. 게다가 요즘처럼 잡광도 매연도 없는 칠흑 하늘이라 총총한 별들이 손에 잡힐 듯했을 것이고 그래서 더욱 감동적이었을 것입니다.
그들이야말로 최초의 진정한 별밤지기이자 아마추어 천문학자의 원조격입니다. 별밭에서 특히 밝게 반짝이는 별들이 눈에 띄었을 테고, 그 별들을 따라 선으로 잇다 보니 눈에 익은 염소와, 황소, 양 등의 모양으로 생각되어 그래서 별자리 이름을 보면 짐승 이름들이 대세인 것입니다. 이 유목민 보초들은 매일 밤 이런 놀이를 하다 보니 뜻하지 않게 천문학 개론을 독학하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북두칠성이 서녘으로 기우는 것을 보면 조금 지나 동이 틀 것이란 것을, 저녁 무렵 동녘에 오리온자리가 떠오르면 곧 겨울이 오리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천문학은 아마추어에서 시작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기원전 3000년경에 만들어진 이 지역의 표석에는 양, 황소, 쌍둥이, 게, 사자, 처녀, 천칭, 전갈, 궁수, 염소, 물병, 물고기자리 등 태양과 행성이 지나는 길목인 황도를 따라 배치된 12개의 별자리, 즉 황도 12궁을 포함한 20여 개의 별자리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또 1년이 365일 하고도 4분의 1쯤 길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고 독학으로 쌓은 유목민 보초들의 천문학 내공은 이처럼 상당한 수준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황도 12궁이 올해에 13궁으로 바뀌는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고대 바빌로니아에서 결정된 이후 3000년 동안 변하지 않던 황도 12궁에 '뱀주인자리'가 끼어듦으로써 13궁이 된 것입니다. 이유인즉, 지구가 점차 이동하여 자전축의 위치가 바뀌어 결국 별자리의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뱀주인자리의 시기는 11월 29일에서 12월 17일까지이며 1년 중 이 기간 동안 태양은 이 별자리에 머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고대 천문학에서 보이는 이집트인들의 내공도 상당했습니다. 기원전 3000년경 이미 43개의 별자리가 있었다고 하며 그 후 바빌로니아. 이집트의 천문학은 그리스로 전해졌습니다. 칼데아 유목민이 짐승을 좋아한 데 반해 그리스인들은 신화를 무척 좋아하여 별자리 이름에도 신화 속의 신과 영웅, 동물들의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세페우스, 카시오페아, 안드로메다, 페르세우스, 큰 곰, 작은 곰 등의 별자리가 예입니다. 여기까지는 대체로 민초들이 쌓아 올린 천문학이고 서기 2세기경 비로소 본격 학자들의 천문학이 이를 이어받았는데, 바로 프톨레마이오스란 사람이 그리스 천문학을 몽땅 수집해 천동설을 기반으로 하여 체계를 세운 <알마게스트>가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알마게스트'란 최고의 책이란 뜻으로 책에는 북반구의 별자리를 중심으로 48개의 별자리가 실려있고 이 별자리들은 그 후 15세기까지 유럽에 널리 알려지게 됩니다. 15세기 이후에는 원양 항해의 발달에 따라 남반구 별들도 많이 관찰되어 새로운 별자리들이 보태졌습니다.
동양 별자리 역사
동양 별자리 역사에 대해 살펴봅시다. 중국과 인도 등 동양의 고대 별자리는 서양의 것과는 사뭇 다른데 중국에서는 기원전 5세기경 황도에 따라 별자리를 12개로 나누어 12차 또는 12궁이라고 부르며 적도 부근에 28개의 별자리를 만들어 28 수라 하였습니다. 이러한 중국의 별자리들은 그 크기가 서양의 것보다는 대체로 작았으며 서기 3세기경 진탁이 만든 성도에는 283궁 1,464개의 별이 실려있었다고 합니다. 한국의 옛 별자리는 중국에서 전래된 것이지만 삼국시대 우리나라의 천문학 수준은 일식을 예견하는 등 세계 최고의 수준이었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별을 신성하게 여겨 신앙의 대상으로 삼기도 했으며 칠성단을 쌓고 칠성님께 기도하는 그 칠성은 북두칠성을 일컫는 것이었습니다. 북두칠성은 인간의 수명을 관장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고구려인들은 특히 자신들이 북두칠성의 자손, 곧 천손으로 여기는 칠성신앙을 갖고 있었으며 그들이 왕릉이나 옛 무덤 속 벽화에 북두칠성을 즐겨 그렸던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북두란 북쪽 됫박이란 뜻으로 북두칠성의 일곱 별은 대게 2 등성 정도이고, 천구북극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어 사계절 언제나 보이기 때문에 만인의 시계 역학을 했습니다. 동양에서는 하나의 독립된 별자리이지만, 서양 별자리에서는 큰곰자리 꼬리 부분에 해당하는 것이 북두칠성입니다.
지금처럼 88개의 별자리로 온 하늘을 빈틈없이 구획정리 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라 할 수 있는 1930년대의 일입니다. 그때까지 별자리의 이름은 곳에 따라 다르게 사용되었고, 그 경계도 통일되지 않아 불편한 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국제천문연맹총회에서 별자리 개혁에 착수하여 전 세계 하늘을 88개의 별자리로 나누고, 황도에 따라 12개, 북반구 하늘 28개, 남반구 하늘 48개의 별자리를 정해 천구상의 적경. 적위에 평행한 선으로 그 경계를 정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현재 쓰이고 있는 별자리로 이중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별자리는 67개입니다.
우주 안내의 첫 길라잡이
별자리로 묶인 별들은 사실 서로 별 연고가 없는 사이로 거리도 모두 다른 3차원 공간에 있는 별들이지만 지구에서 보아 2차원 평면에 있는 것으로 간주하여 묶어 놓은데 지나지 않습니다. 또한 별의 밝기를 정한 등급도 절대등급이 아니라 겉보기 등급으로 2세기 천문학자 히파르코스에 의해 눈에 보이는 별 중 가장 밝은 별들을 1등급, 즉 1 등성으로 하고 가장 어두운 별을 6 등성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그리고 중간밝기에 속하는 별들을 밝기 순서에 따라 2 등성, 3 등성으로 나눈 것입니다. 히파르코스는 달과 해의 겉보기 크기가 같다는 점에 착안하여 삼각법으로 달까지의 거리를 구하여 지구 지름의 36배란 값을 얻었는데 그 값은 지금의 측정치와 대체로 같은 값입니다. 이것은 무려 2,200년 전의 일입니다.
별들은 지구의 자전과 공전에 의해 일주운동과 연주운동을 합니다. 따라서 별자리들은 일주운동으로 1시간에 약 15 º 동에서 서로 이동하며, 연주운동으로 하루에 약 1 º 씩 서쪽으로 이동합니다. 다음날 같은 시각에 보는 같은 별자리도 어제보다 1도 서쪽으로 이동해 있다는 말입니다. 때문에 계절에 따라 보이는 별자리 또한 다릅니다. 우리가 흔히 계절별 별자리라 부르는 것은 그 계절의 저녁 9시경에 잘 보이는 별자리들을 말합니다. 별자리를 이루는 별들에게도 번호가 있으며 근세에 와서 별의 밝기에 객관적인 기준이 확립되자 눈에 보이지 않는 6 등성 미만의 별들과 태양과 같이 엄청 밝은 천체들에도 그 적용이 확장되었습니다.
1등급에서 2.512배 차이를 두어, 1등 성보다 2.512배 밝으면 0 등성으로, 6등 성보다 2.512배 어두우면 7 등성으로 정해지는 식입니다. 보름달은 -12등급, 태양은 -27등급으로 표시됩니다. 그리고 1 등성은 6 등성에 비해 100배 밝은 별이 됩니다. 하지만 실제 별 관측에서는 1등 성보다 밝은 별들도 모두 1 등성에 포함시켜, -1.47등 성인 큰 개자리의 시리우스도 1 등성으로 분류합니다.
시리우스는 사실 온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로 고대 이집트에서는 해가 뜨기 전 이 별이 뜨면 곧 나일 강의 범람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았다고 합니다. 늑대 눈처럼 새파랗게 보이는 시리우스는 사실 쌍성으로, 그중 밝은 별은 태양보다 23배 더 밝으며 거리는 8.6광년 떨어져 있습니다. 동양에서는 시리우스를 천랑성, 곧 하늘의 늑대별이라고 불렀습니다. 복더위를 뜻하는 '개의 날'이라는 표현에 그 이름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고대 로마인들은 태양과 함께 출몰하는 시리우스 별을 1년 중 가장 더운 시기와 연관시켰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만고에 변함없어 보이는 별자리도 사실 오랜 시간이 지나면 그 모습을 바꿉니다. 별자리를 이루는 별들은 저마다 거리가 다를 뿐만 아니라, 1초에도 수십에서 수백 킬로미터의 빠른 속도로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다만 별들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움직임이 눈에 띄게 관측되지 ㅇ낳을 뿐입니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에서 별자리가 정해진 이후 거의 별자리의 모습은 변하지 않았는데 별의 위치는 2천 년 정도의 세월에도 거의 변화가 없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천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랙홀에 대하여 (0) | 2024.02.03 |
---|---|
태양계의 절대 지존: 태양의 역사 앞으로 태양의 수명 (0) | 2024.02.01 |
한국의 천문학의 역사와 발전 : 고대에서부터 근대로 (0) | 2024.01.30 |
고대 천문학: 고대 천문학의 진화 II (0) | 2024.01.29 |
별과 행성 이야기: 외계행성의 이름 (0) | 2024.01.28 |